"박 前대통령 부부싸움 '육박전'이라 했다 고초"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신춘특집 '라디오스타' - 고영수 편



우리나라에 개그맨이란 말을 처음 등장시킨 언어의 조련사 고영수 씨. 그는 대학생 때, 학비를 벌기 위해 기타 학원 선생을 하다우연히 명동의 오픈스테이지에 오릅니다. 당시 무대에 선 고영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청중들이 포복절도 했다죠. 그 후 명동에서 ‘웃기는 대학생’으로 소문난 고영수 씨는 방송가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CBS 라디오 PD에게 출연 제의를 받게 됩니다.

그 후, 고영수 씨는 ‘꿈과 음악 사이에’ ‘행복을 찾습니다’ ‘즐거운 오후 2시’ 등을 진행한 라디오 스타이자 입담 좋은 개그맨으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그는 생방송 중 재미있자고 했던 개그. 그 한마디 말 때문에 잠옷 바람에 어디론가 끌려가는 무서운 일도 당했다는데요.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 신춘특집 ‘라디오 스타’! 고영수 씨를 3월 13일 CBS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FM 98.1Mhz, 연출 김우호 PD)에서 만나봤습니다.

◇ 구레나룻 명MC, 포복절도 입담은 기본

▶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구레나룻을 길렀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지금은 안 기르시나봐요?

예전에는 이발비도 없고 해서 내버려두었던 것이 거기까지 늘어난 거예요.

▶ 요즘도 바쁘시죠?

늘 감사하고 만족하고 사니까 필요로 하는 곳이 생기고, 또 희망을 갖고 사니까 즐거워요.

▶ 데뷔를 CBS에서 하셨어요?

1970년 겨울이에요. 요즘은 방송이나 연예계에 들어오기 위해서 과외를 시키는 세상이 되었잖아요. 당시 제가 대학교 1학년 때였는데, 저희는 학생이 학교를 다니다 말고 방송을 하게 되면 죄악시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방송국 PD가 보자고 하면 도망 다녔어요. 왜 날 찾느냐고 했더니 방송출연 때문에 그런대요. 이거 잘못된 길로 접어드는구나 싶어서 일주일 동안 숨바꼭질을 하다가 다른 선배들한테 붙들려서 갔어요. 그때는 CBS가 종로에 있었고 통금이 있던 시기라 밤에 갈 수도 없었죠.

▶ 명동의 웃기는 대학생으로 소문이 난 적도 있어요?

카페의 한 테이블에 앉아있었는데 마이크가 살아있어요. 누구는 나와서 노래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객쩍은 소리를 하는데 그날 ‘5분 스튜디오’를 한다는 거예요. 5분 동안 재미있게 하면 그 테이블의 음식을 무료로 준대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친구들이 음식값 좀 덜어보자고 자꾸 떼밀더라고요.

그래서 나가서 1시간 반을 했잖아요. 1시간 반 동안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기타 하나 들고 했어요. 그랬더니 음식값 무료는 물론 앞으로 친구들과 매일 오라는 거예요. 음식은 매일 주겠다고. 매일 간 건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갔는데 그때 지나가던 분들 눈에 띈 거죠. CBS방송국 김진성 PD랑 조영남 씨가 군복을 입고 왔었는데 일등병인가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뭘 하는데 어떤 사람이 앞으로 푹 고꾸라지더니 기절을 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게 조영남 씨 특유의 제스추어인데 막 데굴데굴 구르더라고요. 최소한 맹장염이거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숨을 꺼이, 꺼이 쉬니까요. 그러고 나서 조영남 씨가 김진성 PD한테 ‘이런 애를 방송에서 안 쓰고 뭘 하는 거냐’, 그런 얘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나요.

그런데 저는 그게 싫었어요. 왜 이 군인아저씨는 나를 함정에 몰아넣는가 하고.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붙들려서 종로에 당도를 하게 된 거죠. 그날은 스튜디오에서 게스트를 하고 무사히 돌아왔어요.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하게 된 게, 저보다 6개월 먼저 방송을 시작한 DJ 임문일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전설적인 가수이자 극장의 사장을 맡고 있는 김민기 씨, 양희은 씨, 한 대수 씨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한 달 후에 임문일 씨가 몸이 아팠든지 수술을 했든지 했어요.

그런데 저보고 방송을 하라는 거예요. 잠깐 방송 게스트로 출연해서 MC질문에 대답은 하겠는데 메인 진행을 하래요. 진행도 진행 나름이죠. 당시에 CBS방송국에서 일주일에 한 번 <올나이트 팝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지금도 찾아볼 수 없는 아주 독창적인 프로그램이에요. 진행자가 밤 11시에 시작해서 새벽 4시에 끝나는 5시간짜리 생방송이에요. 그걸 하라는데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결국 첫날부터 사단이 나기 시작했죠.

◇ 초창기 방송사고 페스티벌 “뭘요? 어떡하라고요?”

▶ 첫 날 방송 진행할 때 “불 들어오면 말하는 거예요?” 이 말을 했던 게 그래서였나요?

시그널 음악이 나가면 불이 들어와요. 그러면서 손짓을 저한테 하더라고요. “뭘요? 어떡하라고요?” 그랬더니 말을 하라고 종이에 써서 보여줘요. “지금도 하는 게 말이잖아요?” 그 안에서는 우리끼리 우스울 수 있지만 듣는 사람은 시그널이 끝났는데 갑자기 “뭘?” “어떻게?” “말하고 있잖아요?” “지금 하라고요? 올나이트 팝스~” 이렇게 시작됐어요. 그러니 그 이후의 5시간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하죠.

하지만 이게 파격이었어요. 완성된 매체의 유명프로그램 <0시의 다이얼><별이 빛나는 밤에><밤의 플랫폼><밤을 잊은 그대에게> 등이 완벽한 청취층을 확보하고 있었어요. 들으면 편하고 진행자들 막강하고 다 정돈된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런데 애들이 밤에 소동을 일으키기 시작한 거예요. 당시의 일화를 나중에 팬들한테 들었는데 공부하다 말고 킥킥거리면서 밤새 웃으니까 부모님이 들어오시더래요. 그러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 방송을 들었다고요.

▶ 초창기에는 방송사고가 많았겠어요?

방송사고의 페스티벌이라고나 할까요? 저희는 훈련이 안 되었기 때문에 방송에서 이것까지는 허용을 하고 이것까지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걸 잘 몰랐어요. 방송에도 윤리위원회와 심의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다른 방송의 배한성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방송하다가 딸꾹질이 나도 “다음부터는 딸꾹질을 조심해야겠다”고 한 줄 나가잖아요.

그런데 저는 3장이에요. 매일 프로그램이 사고였어요. 밤 11시부터 12시까지 1부방송이 나가고 5분 뉴스가 있었어요. 이후에 제가 다시 들어와서 1시까지 2부방송이 진행되는데, 당시에 학교를 다닐 때라 중간고사 강의 몇 개를 못 들어가서 친구를 데리고 왔었어요. 방송 끝나고 당일치기로 밤새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요.

1부 진행하는 동안에 친구는 제 옆에 앉아서 ‘선데이 서울’ 잡지를 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12시가 돼서 잠깐 바람이라도 쐬자고 함께 나왔어요. 그때 그 방에 아나운서가 들어가서 5분 뉴스를 한 거죠. 그런데 제가 옥상에서 지지개를 켜고 있는데 이 친구는 화장실을 갔다가 저를 찾으려고 거기로 들어간 거예요. “다음 소식입니다. 내일 오키나와 반도에...” 아나운서가 말을 하고 있는데 ‘끼이익’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서 “영수, 없어요?” 이렇게 된 거죠.

이 아나운서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신 분이었는데 얼굴은 빨개지고 말은 못하고 고개만 흔들었어요. 제 친구는 그냥 닫고 나오기 미안하니까 “선데이 서울, 가져가도 돼요?” 하니까 아나운서가 고개를 끄덕끄덕했어요. 그걸 갖고 나가면서 “미안합니다~”는 말까지 뉴스로 다 나간 거예요. 말릴 수 없었던 게 5분 뉴스는 마이크 하나만 열어놓으면 됐기 때문에 무료했던 엔지니어도 밖에 나와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어요. 그 찰나에 일어난 일이에요.

그리고 저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제작진과 혼합사고가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1시에 방송이 끝나는데 가끔씩 12시 50분에 방송이 끝날 때가 있어요. 10분짜리 선교 캠페인이 있었어요. 49분에 “여러분 좋은 밤 되세요. 고영수였습니다. 내일 봐요.” 그러면 딴딴딴~음악과 함께 캠페인이 시작되거든요. 그날 49분에 빨리 하라고 PD 손가락이 빙글빙글 돌아가요. “오늘도 <꿈과 음악사이>에 작별이군요.

지금까지 제작 김진성, 기술 이만제...”까지 얘기했는데 밖에서는 난리가 났어요. 갑자기 손을 가위표를 만들더니 길게 하라는 거예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빨리 하라고 하다가 지금은 길게 늘이라는데 벌써 ‘기술 이만제’까지 했고 ‘저 고영수였습니다.’ 하면 끝이에요. 그래서 “기술 이만제, 두 분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면서 밖의 상황을 살폈어요. 밖에서 사인이 들어오는데 오늘부터 10분 캠페인이 없어져서 1시까지 해야 한대요.

이미 “제작 김진성, 기술 이만제, 오늘 꿈과 음악 사이에서 함께 하셨던 분들 수고하셨습니다.”까지 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음악을 더 들을까요?”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시그널이 깔렸는데.“제작 김진성, 기술 이만제, 두 분 수고 많으셨고 저희 프로를 위해서 늘 수고해주시는 분들이죠.

그리고 오늘따라 생각해 보니까 이 프로그램을 위해서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더 많네요. 우선 김진성, 이만제 두 분을 키워주신 부모님께도 감사를 드리고 싶고 두 분 학교 다닐 때 급우 여러분들, 그리고 이 두 분이 동네에서 자랄 때 머리 한 번이라도 쓰다듬어 주신 분들, 문방구에서 연필살 때 깎아주신 분들...왜냐하면 이런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 이 두 분이 좋은 기술과 연출로 좋은 방송을 꾸며주실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아울러 기독교방송이 종로 5가에 생길 적에 측량해 주신 분들, 그리고 그 용역에 참여하셔서 기초공사할 때 콘크리트 깔아주신 분들...아무리 좋은 방송인과 연출자가 있어도 건물이 없으면 안 됩니다.”하여튼 나중에 기독교방송국 종로 5가 빌딩에 안테나 설치할 적에 산소 용접해 주신 분들, 그리고 무거운 철골을 옥상까지 끌어올려 주신 분들, 감사할 분들 이야기하다 보니까 시간이 모자라요.

“또 기독교방송 직원들 출출할 적에 요기를 해결해주신 붕어빵 파는 아주머니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세상 살면서 12분 동안 감사를 표현해야 할 분들에게 감사를 하기는 처음이었는데 그게 히트가 됐어요. 사실 야단맞을 거리인데 다음 날 PD 야단 안 맞았어요. <꿈과 음악 사이에> 이 방송이 토요일에 <올나이트 팝스>가 됐었죠. 그때 양희은 씨는 <세븐틴>이라는 프로를 7시부터 하고 있었고 가끔 한 학기 정도 저와 바꾸기도 했어요.

◇ 허를 찌르는 역발상은 당위성에서 출발해

▶ 고영수씨가 당시에 청년문화의 기수 같은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처음부터 어떻게 하면 웃길까? 이런 생각으로 출발한 건 아니었어요. 저는 정당한 것을 이야기했고 당위성에서 출발했어요. 하얀 양복에 나비넥타이 매고 빌딩 앞에 서 있는데 누가 2층에서 쓰레기를 떨어뜨리면 다 우습죠. 지금도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표어가 있었어요.

대표적인 불조심 표어인데 저는 영 이상했어요. 불을 켰다가 꺼봤는데 불이 꺼졌으니 다시 봐야 하잖아요. 이러니까 한도 끝도 없이 봐야 해요. 이제 꺼졌구나 싶어서 문 닫고 나오려는데 자꾸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자칫하면 누군가 다치겠다 싶어요. 나라에서 3회에 걸쳐서 다시 보자고 했으면 어떨까? 어떤 사람은 꺼진 불 보다가 일생을 보낼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나라에서 그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 3회로 제한하자, 정 어쩔 수 없으면 4회까지는 인정하겠다 이거죠. 이게 8회가 넘어가면 주변에서도 불안하거든요.

▶ 그런 발상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예전에 유도를 한 적이 있어요. 올림픽 시합에서 아깝게 졌는데 효과 하나로 졌다는 거예요. 아마추어인 우리가 보기에 억울한데 애매한 판정에 진단 말이죠. 아주 옛날에는 효과, 유효라는 게 없었어요. 절반 아니면 우세승이었는데 지금은 효과, 유효만 있단 말이에요. 어떤 때는 시합이 유효, 효과가 하나도 없이 끝날 때가 있어요. 이때는 심판들이 답답해요. 뭐로 판단하느냐는 말이죠.

저는 시합을 보면서 안 되겠어요. 유효, 효과를 만들었다면 그 밑에 이걸 보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 뭔가 기술을 걸 때 “조짐!!”이라고 하는 거예요. 공격할 조짐이 있었다 이거죠. 그러면 ‘조짐’에 불이 하나 딱 들어가는 거죠. 조짐 때문에 상대방이 지고 있다가 어깨가 들어가면 “낌새!!” 하면 되잖아요. 이런 게 없어요.

농구에서 3점 슛이 있는데 이건 원거리에서 쏘기 때문에 가득점을 주는 거잖아요. 축구를 관람할 때 3분 정도 남겨 놓고 1:0으로 패색이 짙으면 더 볼 거 없다고 일어나는데, 저는 하프라인에서 조금 들어간 45m 지점에 선을 하나 그어서 2점슛 라인을 그어놓았으면 좋겠어요. 거기서 중거리를 쏴서 들어가면 2점인 거죠. 그러면 10초 전에도 모르거든요. 관중이 끝까지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 침울하고 소심한 편, 어릴 때 꿈은 경찰관

▶ 어릴 때는 어떤 아이였어요?

모으려고 했던 건 아닌데 초등학교 통지표를 갖고 있어요. 책갈피에 차곡차곡 모아놓았던 게 책이 나오면서 그 안에 다 있더라고요. 1학년~3학년까지 가정 통신란이 있는데 거기에 선생님의 소견이 쓰여 있어요. “고영수 학생은 늘 우울하고 말이 없고 소심한 편이며 침울해 보인다. 집에서 밝게 키웠으면 좋겠다.” 그걸 보고서 한참 웃었어요.

하지만 당시의 사회상도 그리 즐거운 일이 없었고 저희 집이 북에서 피난 온 집이었기 때문에 어린 시절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그런 평가를 하신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그런 어린 시절의 우울한 마음을 돌파하려고 많이 애를 썼어요. 생각의 역발상도 많이 하고, 그런 과정에서 아까와 같은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 고등학교 때는 어떻게 지냈어요?

중고등학교는 운동을 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유도를 했죠. 집안 환경이 열악하니까 뒷받침도 잘 안되는데 공부하기도 쉽지 않구나, 그렇다면 운동이라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어린 마음에 경찰관이 되겠다고 아마도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동네에 유도장이 하나 있었는데 경찰관들이 많이 드나들었거든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매트 청소하고 심부름하면서 그런 꿈을 키운 거예요. 그러면서 운동을 했는데 웃음과는 관계가 없었어요.

▶ 대학교 때는 전공이 뭐였어요?

성균관대학교 토목공학을 전공했어요.

◇ 배후인물 취조에 반성문 쓰고 풀려나

▶ 방송에서 재미로 한 말 때문에 어디론가 잠옷 바람으로 끌려가신 적도 있다면서요?

박정희 대통령 이야기인데 청와대에서 부부싸움이라면 그건 육박전 아니냐?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청와대 소리는 안 하고 중앙청 뒤에서 육박전이 심하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얘기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건드려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어떤 분들이 면담을 좀 하자고 찾아왔는데 잠옷 갈아입고 나오겠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그대로 가자는 거예요. 지프차 뒤에서 제 발목을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제 발목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서울 시내라 짐작은 가요. 곤혹을 겪었던 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으면 우연히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장난으로 했다고 야단만 맞고 끝내려고 했는데 배후인물을 대래요. 누가 시켰냐고.“당신이 그런 말을 하게 된 것은 분명히 배경이 있는 것이야. 누가 시킨 거야? 자네가 무슨 잘못이 있것나? 얘기하면 자넨 보내줄 것이여! 우린 다 알고 있어!!” 미치겠더라고요. 우린 다 알고 있다면서 왜 물어봐요? 그러고 이틀 있다가 반성문 쓰고 나왔죠.

▶ 정말 기발하다, 천재 같다는 말과 함께 고영수 씨가 화제가 되니까 어떤 면이 변하던가요?

저는 걱정이 앞섰어요. 토목과 다니는 친구들은 지금 학교에 충실하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한다고 해주는 말도 맞고, 집에서는 방송 일 하는 걸 마땅치 않게 여기셔서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하다가 잘못되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된다는 말도 맞고, 운동하던 친구들은 왜 도장 안 나오냐고 그러고요. 아주 혼미해요. 그래서 저는 물 흐르듯이 흘러갔어요. 무엇 하나 차단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토목 친구들을 만나고 있어요.

◇ 기발한 아이디어맨, 대본도 직접 써

▶ 그러다가 TV쪽에 픽업돼서 개그맨이 된 건가요?

방송윤리위원회 심의요강에 위반을 많이 했어요. MBC는 제 라디오를 들은 적도 없고 저를 잘 몰랐어요. 그분들은 제가 지적당한 심의내용을 보고 이상한 놈이 하나 있구나 싶었나 봐요. CBS 할 때 밤에 광고가 나가잖아요. 스타킹, 자동차, 커피 광고 등이 나가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심각한 시간에 밤 12시가 넘어서 나가는 광고에 스타킹이나 여자 내의, 더구나 밤에 마시면 잠도 잘 안 오는 커피 광고가 마땅치가 않다, 심오한 인생을 돌이켜보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장의사 같은 광고가 어떻겠는가 해서 그런 방송을 했었어요.

지금은 장의업이나 공원묘지 같은 게 공공연하게 매체를 통해서 광고가 나가지만 그때는 금기사항이었어요. “12시 20분 지나고 있군요. 편안한 밤 되고 계십니까? 함께 하고 계신 <꿈과 음악 사이>에 2부는 제일 장의사 제공입니다.” 그러면 “신용과 전통으로 관 만들기 40년...” 이런 게 나가는 거죠. 지금도 그건 마땅치가 않을 거예요.

▶ 그런 면들을 MBC에서는 기발한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 여겼나 봐요.

그렇게 봤었나 봐요. 당시에 TBC 방송과 MBC에서 양대 산맥으로 토요일에 동시에 하는 쇼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쇼를 거쳐야만 우리나라 가수들이 등록을 한다고 보시면 돼요. ‘쇼쇼쇼’가 TBC 방송이었고 ‘그랜드 쇼’가 MBC 방송이었는데 나중에 ‘토요일 밤에’로 타이틀이 바뀌었어요.

거기서 최초로 브릿지 콩트라는 걸 했었어요. 가수들이 3명 정도 나와서 노래한 후에 제가 나가서 하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30초짜리를 하니까 저게 뭔가 이질적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2,3달 후에는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 걸로 기억해요. CBS에서 오디오적으로 했다면 MBC에서는 간단한 거예요.

연극 뒤에 무슨 배경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벤치가 하나 있어요. 벤치에 제가 앉아있고 예를 들면 배한성 씨가 앉아있는 거예요. 배한성 씨가 신문을 보고 있어요. 큐사인을 받자마자 제가 무조건 으하하하하 웃고 있어요. 옆에 있던 배한성 씨가 이상할 거 아니겠어요. 도대체 뭐가 우스워서 그렇게 웃는 건가요? 하고 묻잖아요. 그러면 “댁은 뭐가 안 우스워서 안 웃고 있는 겁니까?” 그걸로 끝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예전의 친구가 떠오르는데 우스울 수 있잖아요. 어떤 사람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생각나서 슬퍼져서 벤치에 있다가 울 수도 있어요. 그건 각자 자유에요. 그걸 옆에서 건드리는 거죠.

▶ 직접 대본을 쓴 걸로도 유명하세요.

도와주는 사람 없이 제가 직접 썼어요. 방금 전에도 이야기한 왜 웃냐, 왜 안 웃냐 이런 얘기가 매주 나가니까 어떤 교수들이 그걸 가지고 연구하신 분들도 있더라고요.(웃음) 제가 한 게 이상하다고요.

▶ 당시에 인기가 대단했어요.

당시의 흐름이었겠죠. 그리고 숫자로도 적었고. 어떤 분들이 가끔 택시를 타면 그런 이야기를 하세요. “당신이 나왔을 때는 어땠는데 지금 애들은...” 전 그런 말을 싫어해요. 그분은 저를 위한답시고 그렇게 말하는지 몰라도 그건 당시의 흐름이었고 지금 젊은이들의 개그가 아저씨한테는 못마땅한 부분이 있을지 몰라도 팬 층과 호흡하고 있는 거니까 부정하지 마시라고 이야기를 하죠.

◇ 라디오가 가장 소중해 “나 자신이 라디오”

▶ 당시의 침울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생각하면 기발한 웃음을 준 게 국민들한테 엄청난 존재감이 되었을 것 같아요.

우울한 아이니까 집에서 밝게 키워달라고,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스스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애를 썼어요. 지금은 젊은 세대들의 말들이 굉장히 밝고 개그스러워졌잖아요. 그렇게 발전하는데 제가 중간의 20원어치의 역할을 했지 않았나 싶어요.

▶ 같이 활동하셨던 분들 중에서 어떤 분들이 계세요?

통기타 가수들이죠. 그분들과의 연분 때문에 재작년에도 전국 한바퀴를 돌았어요. 그때 만났던 분들이 트롯 계열보다는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이연실, 양희은, 박인희, 투코리언스, 쉐그린, 어니언스 등 이렇게 무더기였어요. 당시에 대학생 정도의 연령층을 맞췄던 가수들이 한참 통기타 붐이었잖아요.

제가 MBC로 옮기면서 우리를 이끌었던 대장이 이종환 씨였어요. 그때 4인승 지프차에 10명이 타고 원주니 의정부니 공연을 가는데 김세환, 송창식, 윤형주, 여자 둘, MC, 저까지 탔어요. 다리를 구겨넣고 타서 내릴 수가 없어요. 이종환 씨가 뒷문을 열고 하나씩 꺼내야지 나올 수 있었어요.

▶ 라디오에서 출발한 만큼 라디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 같아요.

저는 라디오에요. 젊었을 때 휩쓸려서 TV활동도 했지만 라디오는 앞으로도 매체가 더 발달해서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DMB, 그보다 더 발달된 매체가 나오겠지만 그래도 라디오가 가장 소중합니다. 올림픽에서 아무리 새로운 구기종목이 채택이 돼도 육상이 기둥인 것처럼,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 육상에서 시작된 것처럼 앞으로 어떤 방송으로 발전해간다 해도 라디오는 더욱 사랑받을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 라디오를 사랑하고 또 고영수 씨를 사랑하는 청취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지금 CBS는 타방송에 비해서 고정팬층이 상당히 많습니다. 새로 라디오를 찾으시는 분들 중에서 재미있는 프로를 좇아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6,70년대 CBS에 맞추셨던 분들이 지금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저 녀석, 살아있었군! 하시는 분들도 상당히 계실 거예요. 지금까지 건강하신 것처럼 더욱 건강하시고 제 젊음이 유지되는 것만큼 여러분들의 귀를 더욱 젊게 간직하세요. 제가 재미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FM 98.1MHz 월~토 오후 4시 5분, 정리=박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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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성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표준FM 98.1MHz)는 월~토 오후 4시 5분에 방송된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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