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이룬 성과 포기… 민주, ‘자기부정’ 곤욕

문화일보 기사전송 2008-05-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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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 동의안에 대한 17대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단계에 접어들면서 통합민주당이 비난여론에 직면해 있다. 한·미 FTA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여당이었던 참여정부의 대외교역협상의 커다란 성과물로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민주당이 미국산 쇠고기 협상과 연계하면서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자기부정’상황에 빠진 데다 국익을 무시하는‘발목잡기’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18대 국회 주도권 잡기와 6·4 재보궐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는 사실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미국이 미의회의 FTA 비준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쇠고기 협상을 들고 나왔고, 이명박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일이 꼬였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가 한 패키지가 되면서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며 “이번 게임은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특히 쇠고기 협상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미국에 대한 불신 여론이 팽배해지면서 국민들이 한·미 FTA의 효과를 믿지 않은 상황까지 됐다는 것이다. 한·미 FTA 찬성론자 였던 손학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FTA비준은 국민신뢰의 문제다. 쇠고기 문제로 인해 FTA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졌다. FTA가 비준되면 국민의 이익이 훼손되는 일이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의 하나 손학규 대표가 쇠고기 때문에 한·미 FTA를 말할 수 없다고 하면 너무나 야당 대표로서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건강도 못지킨’ 쇠고기 재협상도 관철시키지 못하면서 이보다 영향력이 더 큰 한·미 FTA비준안에 대해 찬성하면 이를 납득할 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 민주당의 고민이다. 실제 민주당에는 한·미 FTA 찬성론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상황이 꼬이면서 드러내놓고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 비준안을 찬성하자고 하면 매국노 소리를 들을 텐데 누가 나서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결자해지 차원에서 민주당이 17대에서 한·미 FTA비준 문제를 풀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이 소수 야당이 되는 18대에서 쇠고기 협상과 FTA를 연계할 경우 장외투쟁밖에 없다”며 “그럴 바에야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비준 문제를 이번에 매듭짓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 munhw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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