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신용불량자 무려 5만명 "제대하기 겁나요"

매일경제 기사전송 2005-06-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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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발생한 연천 군부대 총기난사 사건의 충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이와 유사한 사건의 재발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고를 낸 병사가 욕설 폭언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신용불량자로 군에 입대한 사병들이 개인 부채로 고민하다 대형사고를 낼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 포천 영북농협 총기강도사건의 주인공이 빚 독촉을 견디지못한 현역 군인이었다는 점에서 유사범죄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다. ◆ 군 신용불량자 5만명 넘어＝21일 금융감독원, 신용회복위원회, 국방부 등에따르면 지난 2004년 8월 현재 군대 내 신용불량자는 4만여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세 군입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입영 대기자까지 포함하면5만7000명으로 늘어난다. 국방부는 장교 부사관 사병 등을 포함해 군대 내 신용불량자를 5만2000여 명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군인 수를 60만명으로 볼 때 이 가운데 10%에 가까운 군인들이개인 부채 문제로 군생활에 전념하지 못하는 셈이다. 공군 모 부대 장교는 "군대 내의 신용불량자 문제는 사병뿐만 아니라 부사관장교 등에 이르기까지 전 계층에 공통된 문제"라며 "장교 부사관의 경우 부채를 갚지 못해 급여 압류가 들어오는 사례도 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육군중앙경리단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채권 압류와 관련된 내용을 상세히 설명해 놓고 전담직원을 통해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놓은 상태다. 육군중앙경리단 관계자는 "최근에는 국방일보와 인터넷 등을 통해 신용불량자문제, 채권압류 문제 등을 많이 홍보하고 있다"며 "예전보다는 장교 부사관의급여 압류 숫자는 점차 줄어드고 있지만 군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문제"라고말했다. ◆ 사병 신용불량자가 암초＝장교 부사관의 급여 압류보다 더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사병 신용불량자 문제다. 이들 신용불량자 군인들은 군생활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데다 휴가를 나가도 집에 수북히 쌓인 채권회수 독촉장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육군 모 부대 중사는 "신용불량자로 입대한 사병은 '관심사병'으로 분류해 지속적인 관찰을 하고 있다"며 "이들이 군생활중 딴 생각을 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군에서 신용불량자 문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최근 군 신용불량자에 대해 전역시까지 채무상환을 유예해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의 채무상환 특별프로그램을 운영중이지만 군의 협조 부족으로 사병들의 신청은 저조한 편이다. 10만개의 안내 팸플릿을 인쇄해 전 군부대에 돌렸지만 실제 사병에까지 배포된 부대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상급부대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제도가 시행된지 두 달이 넘었지만 신청자는 50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체 군 신용불량자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실적이 하도 저조하자 최근에는 2개 사단을 시범으로 선정, 회송봉투까지 마련한 신용회복 안내문을 돌렸는 데도 신청자는 단 8명에 그쳤다. 한복환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은 "신용회복을 신청하면 문제사병으로 찍혀군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적이 저조할 수도 있다"며 "9월 말까지 신청을 받고 있는데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장교와 부사관들이 신용불량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제교육을 확산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원 상무는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군의 특성상 장교와 부사관들이 신용불량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여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며 "전투체육 시간 등을 일부 활용해 경제관련 교육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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