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파인더] 김동문-라경민 '환상호흡'으로 아테네까지

더팩트 기사전송 2004-03-2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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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어, 너 내가 말하고 있는 사이에 다 먹었느냐.” “오빠, 원래 조금밖에 없었어.” 과자 한 봉지를 두고 아옹다옹하는 모습이 꼭 오누이 사이다. 한국 배드민턴의 자랑 김동문(29·삼성전기)-라경민(28·대교눈높이). 봄볕 따스한 충주에서 2004 코리아오픈(3월 30일~4월 4일) 적응훈련에 여념이 없는 김-라조를 만났다. 최고 권위의 전영오픈 우승으로 혼합복식 세계 최다연승 기록인 12연승을 거뒀지만 기뻐할 새도 없이 또다시 대회 출전이다. “쉴 틈이 있나요.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요.” 마음은 이미 2004아테네올림픽(8월 13~29일)을 향해 달려가는 ‘커플’이다. ◇적에서 동지로 만나다 둘은 원래 적으로 만났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결승. 당시 최고 스타였던 박주봉은 라경민과, 김동문은 5년 선배 길영아와 짝을 맞춰 결승에서 격돌했다.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김동문-길영아조의 우승. 은퇴 경기였던 박주봉은 눈물을 쏟았고 라경민은 자책감에 단식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나랑 짝을 이룰 사람은 너밖에 없다’는 김동문의 설득으로 환상의 복식커플이 탄생했다. 이후 승승장구. 97년 9월부터 99년 3월까지 11개 국제대회에서 한번도 우승컵을 놓지 않았다. 경기 수로 따지자면 51연승. ‘지구에는 더 이상 적이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생활도 연인처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8강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중국의 장준-가오링조를 만나 탈락했다. 힘 한번 못 써보고 무너진 패배였다. 방심과 자만, 라경민의 부상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둘은 훈련할 때 말고는 이야기도 별로 안 했어요. 경기 중 한 명이 무너지면 나머지도 따라서 무너졌죠.” 대표팀 김중수 감독의 말. 이후 대표팀은 김동문, 라경민에게 ‘생활도 연인처럼’이라는 지령을 내렸다. 버스에서는 늘 옆자리, 물컵도 한 개를 같이 쓰게 할 정도였다. “오빠는 여자처럼 자상하고 잘 챙겨줘요.” “경민이처럼 책임감 강한 후배는 못 봤죠.” 둘의 사이가 친근해진 것은 대표팀에 가장 큰 청신호. 경기할 때면 서로 연방 얘기하며 플레이를 독려한다. ‘이참에 둘이 결혼해라’, ‘최고의 배드민턴 2세가 나오지 않겠나’. 주위의 입방아도 부쩍 많아졌다. “결혼을 2세 때문에 하나요?”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자 둘 다 표정이 샐쭉해진다. ◇봄바람? 아직은 사치죠 뺨에 와닿는 바람결이 병아리 솜털처럼 부드러워진 봄. 여자는 봄을 탄다던데, 라경민에게서는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원래 담담한 성격이에요?” 기자의 질문에 옆에 있던 김동문이 한 수 거든다. “‘답답’한 성격이죠.” 라경민에게도 복수의 기회는 왔다. 김동문의 별명을 물어보자 본인은 “특별한 별명이 없다”고 손사레를 치는데 라경민의 얼굴에는 벌써 웃음이 한가득이다. “선생님들이 부르는 별명인데요. ‘똥팔’이라고….” 봄을 즐길 여유는 없지만 최근 라경민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빠져들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열풍이 불고 있는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개설했다. 대표팀의 후배들이 가르쳐줘 하나 둘씩 시작하는 단계. 미니홈피 사진첩에는 김동문과 함께한 우승의 순간들이 한가득이다. 92년 대표팀에 발탁된 이후 또래 젊은이처럼 사생활을 즐길 여유없이 훈련과 출전을 반복해온 방증이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가장 큰 목표가 남았으니까. ◇가자, 아테네를 향해 라경민의 노련한 네트플레이는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최고의 수비. 파워와 기교를 겸비한 김동문의 호쾌한 스매싱은 서른을 앞둔 나이에도 끄덕이 없다. 배드민턴 관계자들은 전영오픈 4연패에 빛나는 80년대 최강의 커플 박주봉-정명희 이후 이만한 커플이 나오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혼합복식에서는 최다연승 세계기록인 12연승까지 이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목표가 남았다. 2004아테네올림픽. 김동문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봤지만 라경민은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멀었다. 96년 애틀랜타에서 김동문-길영아조에게 무릎을 꿇었고, 2000년 시드니에서는 8강 탈락. 세번째 도전이자 마지막 도전이다. 둘다 “아테네가 끝나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싶다”며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힌 상태. “상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죠.” 무조건 1등, 무조건 금메달을 외치는 주변 분위기가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은 둘이지만 금메달에 대한 의지가 가장 강한 이가 또한 그들이다. 충주 \| 이은영기자 core21@ ●김동문 프로필 ▲출생=75년 9월 22일▲몸무게=74㎏▲신장=185㎝▲출신교=진북초~전주서중~전주농림고~원광대~원광대학원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포츠서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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