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국민건강 뒷전 ‘보신 급급’

경향신문 기사전송 2004-08-19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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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이었다. 중국산 찐쌀이 이산화황에 오염됐다는 사실도 몰랐고, 한 농업전문가가 이를 알려주자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언론 보도 막기에만 급급했다. 이산화황에 오염된 중국산 찐쌀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 것은 한 농업전문가의 제보가 발단이 됐다. 그는 지난 7월 농업봉사활동 차 중국 헤이룽장성을 방문했다가, 중국의 찐쌀 제조업체가 표백제를 사용하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중국내 제조업체를 돌며 샘플을 직접 수거·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으로 수출하는 중국내 업체 11곳 중 단 1곳을 제외하곤 모두 표백제를 사용하고 있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이같은 사실을 경향신문에 제보했고, 동시에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했다. 또 중국에서 가져온 찐쌀 샘플을 지난주 식약청에 건넸다. 경향신문은 국내 유통 중인 중국산 찐쌀 3종을 서울시환경보건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같은 사실이 보도될 경우의 파장을 우려, ‘찐쌀이 정말 못먹을 정도인 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아울러 식약청에 대한 취재를 통해 국내 유통 찐쌀을 거둬 검사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결과 18일 식약청 조사에서 일부 찐쌀에서 다량의 이산화황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향신문이 이를 보도하려는 순간 식약청은 보도를 방해하는 상식 밖의 행동을 보였다. 식약청은 이날 오후 6시쯤 보도자제를 요청했다. 경향신문이 식약청을 상대로 확인취재에 들어간 지 2시간 뒤였다. 이후 식약청의 행태는 점입가경이었다. 식약청 고계인 식품안전국장, 김병태 식품관리과장이 신문사를 찾아와 본사 김지영 편집국장을 만나 기사빼기를 시도했다. “봐달라. 기사를 발표할 때까지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김국장이 이를 거부하자 이번에는 “식약청 책임부분은 너무 부각시켜주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뒤 돌아갔다. 그런 뒤 불과 1시간 뒤쯤 느닺없이 “오후 11시쯤 긴급 보도자료를 발표하겠다”고 통보해왔다. 만두파동과 PPA(페닐프로판올아민) 사태에서 늑장대응과 직무유기로 국민적 비판을 받아온 식약청이 중국산 찐쌀 문제 처리과정에서도 ‘보신과 몸사리기’에만 급급해 조직 및 업무혁신 선언을 무색케했다. 〈김종목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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