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탤런트 이서진이 최근 종영한 사극 ‘이산’(MBC)의 정조 임금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왔다. “정조 이산을 연기하며 모난 마음도 조금씩 둥글어졌다”는 그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마지막 회에서 죽음으로 이산을 떠나보낸 이서진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산이 죽고 드라마가 종영한 건 그리 섭섭하지 않은데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이산의 인생이 아쉬울 뿐”이라고 밝혔다. ‘이산’에서 풀어야 했던 숙제는 캐릭터 이서진이 보여준 왕의 이미지는 유약했다. 송연(한지민)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리고 충신이자 벗이었던 홍국영(한상진)의 배신에 눈물을 흘리던 나약한 왕이었다. 기존에 주로 보여진 강인한 왕의 캐릭터와는 사뭇 달랐다. 카리스마 넘치는 왕의 모습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은 유약한 이미지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서진은 “인간적인 이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사소한 일에도 쉽게 감정이 흔들리는 나약한 이미지로 표현하게 된 것”이라며 “왕도 우리와 같은 인간 중 한 명이라는 걸 드러내고 싶었다. 포장된 모습이 아닌 나약함 속에 감춰진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캐릭터 창출에 힘썼다는 설명이었다. 촬영장에서 그는 대본을 숙지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제작진과 대화를 통해 극 흐름 전체를 파악해 나갔다. “대본은 작가만의 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와 제작진이 의견을 나누고서 필요한 부분은 수정해갔다”며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산’을 통해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세상의 질서를 알게 됐다. 200∼300명 정도 되는 스태프와 배우가 공동체가 되기 위해 서로 양보하며 희생하는 것을 배우게 된 것. “사람들을 자주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며 “내가 촬영장 안에서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든 단역 배우들을 많이 만나면서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됐다. 10년 동안 불안감에 시달렸다 사실 이서진은 ‘어둠’보다는 ‘밝음’에 있었던 연기자다. 그의 연기 생활 10년은 탄탄대로였다. 1999년 SBS ‘파도 위에 집’으로 데뷔, 단역 시절을 거쳐 2003년 MBC ‘다모’로 인기 배우 반열에 올랐다. MBC ‘불새’, SBS ‘연인’, MBC ‘이산’에 이르기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소위‘대박’이 났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라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10년 동안 전 운이 너무 좋았다고 생각해요. 전 타고난 배우는 아니에요.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죠. 특히 인물이나 대본 분석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10년 정도 연기 생활을 하면서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사실 많이 불안했죠. 우리 직업은 몇 개월 동안 일을 하지 않으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쉽게 사라져버리잖아요. 한 작품이 끝나면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할 수 있을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그가 불안한 마음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대중은 분명 좋은 작품을 알아봐주리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가 아니다. 많으면 1년에 드라마 한편 정도 찍는다. “천천히 출연하려고 하는 편이죠. 제가 원하는 캐릭터와 작품을 상상하면서 때를 기다려요. 그러면 우연히 좋은 작품이 들어오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운이 많이 따랐죠. 만약 좋은 작품이 없으면 때를 기다렸어요.” 연인 김정은과 환상 즐기고 싶다 이서진은 10개월 간 ‘이산’ 촬영으로 힘들었지만 항상 뒤에서 격려해준 연인 김정은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은 SBS 드라마 ‘연인’에 함께 출연하면서 진짜 연인이 됐다. 그는 “좋은 소식이 있으면 공개적으로 알릴 것”이라며 “아직은 둘 만의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하며 쑥스러워 했다. 일부 추측성 기사에 속이 상했던지 “아름다워야 할 연인 관계가 가십거리로 치부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김정은이 어떤 힘을 주고 있냐고 묻자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보니 나의 고충을 잘 이해해준다”며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너무 고마워 그는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힘을 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팬들이 항상 응원을 해줬고 고생스러운데도 촬영장에 와줬다”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들을 위해 오는 7월 팬 미팅을 열 계획이다. “이번에 팬 미팅을 열면 2004년 MBC 드라마 ‘불새’ 이후 4년 만이 되겠네요. 사실 제가 팬 미팅 같은 건 쑥스러워서 못하거든요.이번엔 팬들을 위해 용기를 냈어요.(웃음)” 차기작에서는 평범한 시민으로 등장해보고 싶다는 이서진은 목표가 하나 있다. 바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작품을 할 땐 배우로서 모든 열정을 쏟고 싶어요. 하지만 평상시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뉴스 ⓒ 국민일보 쿠키뉴스(www.kuk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서진， “10년 동안 난 행운아였다”
쿠키뉴스 기사전송 2008-06-25 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