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베들레헴 평화행진 무사히 끝나(종합)

연합뉴스 기사전송 2004-08-10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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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베들레헴=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국내 개신교 단체가 주관한 이스 라엘의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간 평화 행진이 해외 교포까지 포함해 2,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9일 낮(현지시간) 정부의 당초 우려와 달리 무사히 끝났다. 이번 행진은 특히 그간 서로 대치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국이 지난 2000 년 9월 팔레스타인 민중봉기인 제2차 인티파다 이후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공 동 손님'으로 온 한국민들을 보호하는데 힘을 합쳤다는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평가 됐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마영상 참사관은 "베들레헴내에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 인이 공동 경비구역을 설정, 보안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한국 기독인들은 예루살렘 외곽 길로 파크 (Gilo Park)로부터 약10km 의 거리를 베들레헴 예수탄생기념광장 (Nativity Square)까지 3시간에 걸쳐 뙤약볕 속에서 어린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대부분 걸어서 이동했다. 이들은 특히 히브리어와 아랍어로 '평화'를 뜻하는 인사말인 '샬롬(Shalom)'과 '살람(Salam)'을 외치며 길가 주민들에게 인사했으며 찬양 노래를 불러 창가의 시민 들이 내다보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특히 이스라엘의 국경 경비초소인 체크포인트 어귀에서부터 팔레스타인 지구에 서는 사물놀이가 행진의 흥을 돋구었다. 행진대열중에는 유모차에 돌이 채 안된 아이와 부모 등에 업힌 아이, 부축을 받 아가면서 평화의 땅밟기를 완수하려는 뇌성마비환자 등도 눈에 띄었다. 베들레헴 시내 주요 거리에는 군데 군데 태극기가 설치돼 있었으며 '팔레스타인 과 한국은 친구'라는 내용의 현수막도 시내 알렉산더 호텔과 예수탄생기념광장 등 4 곳에 내걸렸다. 때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을 능가하는 정보기관으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모사드 (Mossad) 전직 총수인 에스라 기드온(Ezra Gideon) 관광성 장관이 이스라엘과 베들 레헴 경계 근처에서 행진 대열에 잠시 참여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측에서도 한나 나세르(Hanna Nasser) 베들레헴 시장과 팔레스타인 관 광성 장관이 나란히 한국인들의 행렬을 환영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진에서는 AP, 로이터통신과 미국 크리스천 방송 등 세계 유수의 언론 기 관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4년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충돌과 연이은 폭탄 자살 테러 등으로 지금 까지 이스라엘이 약1천명, 팔레스타인측이 약 3천명이 숨진 가운데 이번 한국인 행 렬처럼 국경을 넘어 팔레스타인 지구 가운데 하나인 베들레헴으로 대거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예수 탄생 도시로 과거 관광객들로 넘쳐나던 베들레헴은 특히 큰 타격을 받아 가게가 평일임에도 연이어 문닫은 모습이 간혹 보였다. 평화행진 참가자들은 예수탄생 광장에서 평화선언문을 통해 "기독교 집단이 역 사적으로 이슬람 세계에 대해서 행한 십자군 전쟁과 식민통치, 그리고 유대인 집단 에 대해서 행한 인종학살 등 반인륜적 범죄를 규탄하고 같은 그리스도인들로서 진심 으로 회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울러 "남북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중동, 그리고 전세계에서 계속 되고 있는 분쟁과 갈등이 무력이 아닌 평화로운 방법에 의해 해결되길 간절히 바란 다"고 말했다. 한편 행진이 시작된 길로 파크 근처에 사는 유대인 우리 마롬(Uri Marom.73)씨 는 병원 건강 체크를 위해 길을 나서던 중 행진 대열을 보고 "해마다 이런 고무적 행사가 우리집 근처에서 있었으면 좋겠다"며 "중요한 것은 건강과 평화"라고 웃으면 서 말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후 여느 이스라엘 여학생처럼 대학이 아닌 군입대를 6개월 정도 앞둔 에덴 (Eden)은 "한국인들은 이곳에 살지 않기 때문에 평화를 이루기가 얼 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잘모른다"며 "그래도 이같은 시도에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베들레헴에 사는 칼릴씨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조차 우리를 제대로 돌보지 않 는 상황에서 이렇게 찾아온 한국인들을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지난 4년간 관광객이 거의 찾아오지 않아 관광업에 종사하는 이곳 1,700명의 가장들이 생계가 힘들 정도" 라고 말했다. 16살 베들레헴 소녀인 두아(Duaa)양은 "이곳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아보기 위해 온 한국인들은 훌륭한 눈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베들레헴 현지 강태훈 선교사는 "지난 15년간의 여기 사역동안 베들레헴 예수 탄생 광장에서 한국인들이 집회를 갖는 것이 내 꿈이었는데 이번에 실현됐다"며 "이 번 행사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간 평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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